"유가 솔직히 모르겠다" JP모건의 고백…최후의 카드는 [빈난새의 빈틈없이마켓]

입력 2026-09-20 12:01   수정 2026-09-20 12:13

"유가 솔직히 모르겠다" JP모건의 고백…최후의 카드는 [빈난새의 빈틈없이마켓]

“(이젠) 솔직히 모르겠다.”

JP모건이 유가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를 사실상 폐기했습니다. 유가와 금리라는 경제적 마지노선이 이미 모두 무너졌는데도 이란 전쟁의 출구는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이 1989년 이후 처음으로 나란히 금리를 인상한 이후 이제 세계 금융시장의 방향키는 다시 유가로 넘어왔습니다.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고, 금리를 끌어올리는 여러 요인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지울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희망회로와 달리 분쟁은 점점 복잡해졌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는커녕 사우디아라비아의 우회 송유관 폐쇄,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인한 홍해 우회로 차질 등은 유가 전망을 더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이 지난 17일(미국 동부시간)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기본 시나리오가 없다. 최종 국면을 어떻게 모델링해야 할 지 솔직히 알 수 없다"고 고백한 이유입니다.

고금리 국면에도 증시가 비교적 잘 버티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유가인데요. 이 유가를 단기적으로 하향 안정화시킬 수 있는 카드로 시장이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단 하나, 중국입니다.
100달러도 5%도 무쓸모...무너진 레드라인

이란 전쟁 개전 초기 월가는 각자의 시나리오를 내놨습니다. 대부분 전제는 TACO, 즉 '트럼프가 이번에도 겁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것이었습니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글로벌 원자재 전략 총괄은 "처음에는 미국 행정부가 용인하지 않을 경제적 마지노선이 있다고 가정했다"며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미국 휘발유 가격 갤런당 5달러,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 4%,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5% 선에 가까워지면 트럼프 정부가 결국 합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이 선에 가까워질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번씩 'TACO'를 시전했고, 지난 4월과 6월 두 차례 휴전이 이뤄지기도 했지요.

그러나 모두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유가는 100달러 위에 있고 10년물 금리도 5%를 돌파했습니다. 현재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37달러, 디젤 가격은 6.45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카나바 총괄은 "그런데도 출구 전략은 오히려 더 모호해졌다"며 "시장은 극도로 초조한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JP모건이 현재 수급 여건으로 계산한 9월 브렌트유 적정 가격은 배럴당 90달러입니다. 그러나 18일(현지시간) 현재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103.37달러입니다. JP모건은 공급이 하루 100만 배럴 줄어들 때마다 유가가 약 4달러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현재 붙어있는 13달러 안팎의 프리미엄은 시장이 이미 차질을 빚고 있는 하루 1000만배럴 외 추가로 300만~400만 배럴이 사라질 위험까지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나마 유가가 아직 최악의 시나리오, 즉 배럴당 120달러 이상까지 치솟지 않은 것은 재고와 수요 감소 때문입니다. JP모건에 따르면 세계 원유·석유제품 재고 감소분은 당초 예상한 16억 배럴의 3분의1 수준인 5억5500만배럴이었습니다. 세계 석유 수요도 1년 전보다 하루 440만 배럴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간 벌이에 불과합니다. 공급 차질이 길어질수록 재고는 줄고, 가격을 안정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더 큰 수요 파괴 뿐입니다. 하루빨리 공급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유가가 경기 둔화를 통해 스스로 수요를 꺾어야만 균형을 찾을 수 있는 단계로 가는 셈입니다.

아직 공급 정상화의 신호는 약합니다.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의 적극 참전으로 전쟁은 확전 기로에 섰고, 호르무즈 해협 외 또 다른 핵심 해상운송로인 홍해 바브엘만데브해협도 위험에 놓였습니다.

후티 반군은 19일(현지시간)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와 얀부의 아람코 시설을 추가 공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원유 수출을 위한 핵심 우회로인 동서 횡단 송유관을 공격받은 사우디 아람코는 최소 두 곳의 유럽 정유사에 10월 원유를 공급하지 못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 정유업체들이 미국산 등 대체 원유 확보에 나서면 WTI 가격도 더 인상 압박을 받습니다.

JP모건은 아직은 원유 가격이 더 오르는 것을 억제할 만한 충분한 완충 여력이 있다고 보면서도, 중동의 원유 수송량이 현재 수준에 머물면 유가 전망을 더 높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현재 JP모건의 4분기와 12월 브렌트유 가격 전망은 각각 배럴당 80달러, 78달러인데요. 만약 지금같은 교착 상태가 지속된다면 각각 87달러, 86달러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TACO도 쉽지 않다, 마지막 희망은
결국 원유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 사우디 동서 송유관까지 세 개의 수송로가 동시에 불안해진 상황에 놓였습니다. 어느 한 곳이 복구돼도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원유와 정제 제품 가격 차이인 '크랙 스프레드'가 사상 최고로 벌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 자극하고 있는 점입니다. 원유뿐 아니라 정제 제품의 이동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내 정제 능력이 감소한 여파입니다.

해소하기도 예측하기도 어려운 변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얽힌 가운데 시장의 마지막 희망은 '중국을 동원한 외교적 돌파구'입니다.

이란 쪽에서도 협상의 여지를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닙니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서기는 19일 중재국 카타르를 통해 종전을 위한 조건을 미국에 전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이 제시한 조건은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행동 중단, 동결된 이란 자산 해제, 해상봉쇄 종료 등 기존 휴전 합의 때 제시한 조건과 유사합니다.

단, 미국 입장에선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란은 동시에 미국 항공모함 인근에서 대함 미사일을 시험했다며 군사적 대응 능력을 강조했는데, 트럼프 정부가 이란의 종전 조건을 그대로 받으면 마치 먼저 물러선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일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예멘에 대한 군사 타격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만을 포함한 중동 지역 미국 대사관들은 보안 경보를 발령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음 분기점은 오는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입니다. JP모건은 "이 회담에서 외교적 돌파구가 나오지 않는다면 '원유 공급 차질은 일시적'이라는 가정을 유지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자 이란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입니다. 최근 사우디 요청을 받은 중국은 이란에 후티 반군의 군사행동을 자제시키라고 비공개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중국도 '미국을 위해' 이란을 압박하는 모양새는 원치 않기 때문에, 미국의 대이란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관세나 희토류, AI 규제 등 다른 협상에서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이번주 시장은 미중 회담에서 중국이 이란과 후티 반군을 압박할 구체적 역할을 맡는지, 어떤 대가를 받아갈 것인지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유가 → 금리 → 증시의 고리
이렇게 중동 전쟁과 유가의 향방이 전 세계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된 것은 이것이야말로 인플레이션과 금리의 방향을 좌우하는 제1 변수가 됐기 때문입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정부들의 막대한 부채와 국채 발행, AI 투자 경쟁에 올인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AI가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 성장 등 시장 금리를 끌어올리는 기저 요인은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금리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수는 역시 유가입니다.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운송비와 생산비를 통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이미 5%를 넘어선 미국 국채금리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해 전 세계 금리와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022년 약세장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라는 점인데, 유가가 계속 잡히지 않는다면 이 기대인플레이션이 탈선하고 중앙은행은 급격한 금리 인상 외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참고기사 <고금리에도 증시 버티는 이유…'22년 약세장과 다른 5가지>)

그래서 JP모건은 "기업 이익 성장이라는 '닻'이 견고한 지금 국면에선 금리 상승이 증시를 크게 흔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가장 큰 리스크는 기업 이익의 지속성과 중동 지정학 리스크"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이번주 미중 회담에서 중국이 대이란 압박에 동의하는 합의가 나온다면 유가에 붙은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빠르게 걷히면서 금리가 하락하고 주식이 함께 반등하는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트럼프의 'TACO'가 작동하지 않고 중국의 중재도 실패한다면 유가는 100달러 이상에서 내려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 경우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이 고착화돼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계속 압박을 받게 됩니다.

JP모건조차 전쟁 종결 시점과 유가 경로를 전망하는 기본 시나리오를 포기한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이제 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가 아닌, 언제 내려올 수 있을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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