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 당시 백악관에 전용 휴게실을 요청하고 오찬 일정까지 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다. 후계자를 정하지 않은 채 권력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킨 중국의 정치 구조에서 시 주석의 건강이 향후 정국을 흔들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시 주석이 이전 외국 정상에게서는 보기 어려웠던 휴식 편의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측은 백악관 웨스트윙 내부에 시 주석만을 위한 휴게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공간에는 부인 펑리위안 여사만 함께 들어갈 수 있었다.
시 주석이 휴게실에 머무는 동안에는 백악관 인사는 물론 시 주석의 비서실장을 포함한 중국 대표단 관계자도 출입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당시 예정됐던 오찬 일정도 취소했다. 일정 중간에는 약 5시간의 공백을 뒀다. 계단을 오를 때는 펑 여사에게 의지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중국 관영매체는 이러한 장면을 황금시간대 방송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시 주석의 체력 저하가 중국 내에서 부각되는 것을 막으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구체적인 편집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세 차례 국빈 방문을 담당한 데니스 와일더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 중국 담당 선임국장은 외국 정상이 백악관 내부에 전용 휴게실을 요청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와일더 전 선임국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 시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 전 주석의 방문을 주관할 때도 이런 일은 전혀 없었다”며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 시간이 비교적 짧았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양자 회담은 지난달 24일 정오 무렵 시작해 이른 오후에 종료됐다. 와일더 전 선임국장은 "세계 양대 경제대국 정상 간의 회담치고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지적했다.
정상회담 이전에도 시 주석의 건강 상태를 둘러싼 관측이 제기됐다. WSJ은 지난달 인도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이 몸 상태를 이유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이 참석한 만찬에 불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시 주석에게 인지 기능 저하 등 구체적인 이상 징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전용 휴게실 요청과 일정 조정만으로 건강 이상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시 주석의 건강이 주목받는 것은 중국의 권력 구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후계자가 지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정·군의 권력이 시 주석에게 집중돼 있어 건강 문제가 현실화할 경우 권력 승계와 정책 결정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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