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3일 극초음속 탄두를 탑재한 중거리 전략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무기체계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성능을 높이는 것이 억제력 행사의 한 형태라며 핵무력 고도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전날 새벽 동부 지역에서 동해 방향으로 중거리 전략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번 훈련의 목적에 대해 "극초음속전략무기체계를 다루는 미사일병들의 화력복무능력을 숙련"하고 "전쟁억제력의 신뢰성과 효과성, 가동성에 대한 평가사업의 일환"이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미사일이 동북 방향으로 날아가 1000㎞ 떨어진 동해상의 설정 목표점(위도 43°36′28.04″, 경도 138°00′47.02″)에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는 김 위원장과 함께 김정식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이 나왔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의 딸 주애와 부인 리설주의 모습도 담겼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핵억제력을 구축하고 우리 군대의 반격 수단들이 상시동원 태세에 있음을 시위하는 것은 국가안전보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조치이며 책임적인 활동"이라고 말했다.
또 미사일 부대 지휘관과 병사들이 주요 공격무기 운용에서 높은 전문성과 즉각적인 반격 태세를 입증했다고 치하했다.
그는 "전략적 공격수단들의 신뢰성과 그 치명성을 적수들에게 부단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인식시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이것이 억제력 행사의 한 형태"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활동은 핵전쟁억제력을 한층 고도화하려는 것으로 현재의 지정학적 환경에서 국가 안전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고도 했다. 미사일 발사 등 무기 검증 훈련이 방어적 성격이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견해와 노선에서 변화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해 핵무력 강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 매체는 화염을 내뿜으며 상승하는 미사일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미사일 동체에는 인공기와 '17701922'라는 숫자가 표기돼 있었다. 김 위원장과 주애가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뒷모습, 김 위원장 일가와 군 간부들이 웃고 있는 모습도 사진에 포함됐다.
주애 뒤쪽으로 찍힌 모니터에는 미사일 비행 궤적이 붉은 선으로 표시돼 있었다. 이 궤적은 하강하던 미사일이 다시 고도를 높이는 이른바 '풀업' 기동 후 일정 구간을 활공하는 모양으로, 통상적인 탄도미사일과는 다른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이번 미사일을 북한이 2022년 시험 발사한 원뿔형 극초음속 미사일로 판단했다. 그는 사진에 나타난 화염 형태 등으로 볼 때 고체연료 1단 추진체가 쓰인 것으로 추정했다.
또 추진체와 발사대는 변칙 기동이 특징인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화성-16나'형과 같은 것으로 보이며, 해당 고체연료 추진체에 원뿔형 극초음속 탄두를 얹어 발사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2022년 1월 원뿔형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엿새 간격으로 두 차례 시험 발사한 뒤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탐지와 요격이 어려운 신형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 사무총장은 이 미사일이 사거리 3000㎞ 안팎의 중거리급 1단 추진체를 사용한다는 점을 들어 "괌의 탄도탄 방어체계를 돌파하기 위한 중거리급으로 평가한다"며 미국을 겨냥한 성격도 지닌 무기라고 분석했다.
한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미사일 발사 당일 발사 훈련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한의 기술적 우위로 한국과 일본 군 당국이 미사일 추적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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