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와 해외 자회사 상장 추진이 잇따르자 ‘벌지브래킷’으로 불리는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이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 매물을 찾고 현지 투자자와 규제당국을 상대하려면 이들과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기업의 설명이다.
18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해외 인수(아웃바운드) 금액은 2023년 30억달러에서 지난해 86억달러로 2년 새 세 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건수도 75건에서 88건으로 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업계에서 한국 시장은 ‘글로벌 IB의 무덤’으로 불렸다. 주요 그룹이 대형 해외 M&A에 몸을 사려 글로벌 IB가 낄 만한 대형 딜이 드물었다. 대기업, 사모펀드(PEF)가 주도하는 국내 거래는 한국 회계법인이 자체적으로 소화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해부터다. 반도체 등 국내 대기업 주력 산업이 호황을 맞자 해외에서 기술과 플랫폼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환율도 힘을 보태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1331.4원에 마감해 약 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매물은 가격대가 만만찮고 중복 상장 금지 등 규제도 까다롭다”며 “요즘 M&A를 노리는 국내 대기업은 해외만 쳐다본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는 거래에서 글로벌 IB가 빠지기 어려운 건 글로벌 네트워크가 촘촘해서다. 각국 경쟁당국과 보건당국 승인 같은 규제 대응은 현지 로펌이 맡지만, 어느 로펌의 어느 변호사가 해당 분야에 강한지 알려주는 건 IB다.
국내 시장에서 벌지브래킷의 최대 고객은 삼성과 SK그룹이다.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9년 가까이 조 단위 해외 M&A가 없던 삼성은 지난해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그룹을 사들이고 사업지원실 안에 M&A팀을 꾸렸다. 올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스위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SK는 지난 7월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자본시장에서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했다.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공모로, 대표 주관을 맡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 골드만삭스, JP모간 4곳에는 ‘잭팟’이었다. 이들이 나눠 가진 수수료만 1억400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해 세운 손자회사 솔리다임도 미국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M&A 자문과 주식·채권 발행 주관 등을 합친 지난해 한국 IB 수수료시장은 7억달러(약 1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40% 이상을 외국계 IB가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빅딜이 줄을 이은 올해는 벌지브래킷에 넘어간 수수료가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벌지브래킷
안내 자료에 대표 주관사 이름이 크고 굵게 실려 불룩(bulge) 튀어나와 보인다는 데서 유래했다. 통상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 등 미국계 다섯 곳을 일컫는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해외만 보는 韓 기업들

18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해외 인수(아웃바운드) 금액은 2023년 30억달러에서 지난해 86억달러로 2년 새 세 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건수도 75건에서 88건으로 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업계에서 한국 시장은 ‘글로벌 IB의 무덤’으로 불렸다. 주요 그룹이 대형 해외 M&A에 몸을 사려 글로벌 IB가 낄 만한 대형 딜이 드물었다. 대기업, 사모펀드(PEF)가 주도하는 국내 거래는 한국 회계법인이 자체적으로 소화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해부터다. 반도체 등 국내 대기업 주력 산업이 호황을 맞자 해외에서 기술과 플랫폼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환율도 힘을 보태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1331.4원에 마감해 약 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매물은 가격대가 만만찮고 중복 상장 금지 등 규제도 까다롭다”며 “요즘 M&A를 노리는 국내 대기업은 해외만 쳐다본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는 거래에서 글로벌 IB가 빠지기 어려운 건 글로벌 네트워크가 촘촘해서다. 각국 경쟁당국과 보건당국 승인 같은 규제 대응은 현지 로펌이 맡지만, 어느 로펌의 어느 변호사가 해당 분야에 강한지 알려주는 건 IB다.
◇건당 수천억원 수수료 챙겨
국내 시장에서 벌지브래킷의 최대 고객은 삼성과 SK그룹이다.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9년 가까이 조 단위 해외 M&A가 없던 삼성은 지난해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그룹을 사들이고 사업지원실 안에 M&A팀을 꾸렸다. 올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스위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SK는 지난 7월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자본시장에서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했다.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공모로, 대표 주관을 맡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 골드만삭스, JP모간 4곳에는 ‘잭팟’이었다. 이들이 나눠 가진 수수료만 1억400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해 세운 손자회사 솔리다임도 미국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M&A 자문과 주식·채권 발행 주관 등을 합친 지난해 한국 IB 수수료시장은 7억달러(약 1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40% 이상을 외국계 IB가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빅딜이 줄을 이은 올해는 벌지브래킷에 넘어간 수수료가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벌지브래킷
안내 자료에 대표 주관사 이름이 크고 굵게 실려 불룩(bulge) 튀어나와 보인다는 데서 유래했다. 통상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 등 미국계 다섯 곳을 일컫는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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