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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해약 대비 준비금 64조 '역대 최대'

입력 2026-10-22 17:41   수정 2026-10-23 01:12

보험사가 보험계약 해지에 대비해 쌓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인 64조원을 돌파했다. 준비금 적립 속도가 빨라지면서 보험사의 배당 여력이 위축되고 자본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년 만에 20조원 증가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해약환급금준비금은 64조689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44조1233억원 대비 46.6% 증가했다. 준비금은 제도 도입 첫해인 2023년 34조4567억원에서 2024년 38조2802억원으로 11.1% 늘었다. 지난해에는 38.7%로 증가폭이 커졌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돌려줄 돈을 확보하기 위해 이익의 일부를 따로 쌓아두는 법정준비금이다. 보험사가 회계상 계산한 보험부채보다 고객이 계약을 중도 해지할 때 돌려줘야 하는 돈이 더 많으면 그 차액만큼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2023년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상반기 보험사의 이익잉여금은 125조69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늘었다. 하지만 이익잉여금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7.9%에서 51.5%로 크게 확대됐다. 이 비율이 5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보험사가 벌어 쌓아둔 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 등에 사용하지 못하고 묶어둬야 한다는 의미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보험사들이 새 보험계약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영향이 크다. 새 계약은 앞으로 고객에게 받을 보험료가 많이 남아 있어 회계상 보험부채가 상대적으로 작게 잡힐 수 있다. 반면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때 돌려줘야 할 금액은 이보다 많을 수 있다. 보험사는 그 차액만큼 준비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신계약이 늘어날수록 적립 부담도 커진다.
◇배당 줄고 자본 건전성에도 부담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늘면서 보험사의 배당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준비금은 이익잉여금에서 적립하지만 주주 배당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보험사 10곳(재보험사 제외) 가운데 지난해 결산 배당을 실시한 곳은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 등 3곳뿐이었다.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에도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내년부터 보험사들은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 비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 비율은 보험사가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을 충분히 갖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이익잉여금을 초과하면 초과분이 기본자본에서 제외돼 건전성 지표가 나빠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준비금 적립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현재 80~100%인 적립률을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적립 기준을 완화하면 보험사들이 새 계약을 유치하기 위해 과도한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우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의 적립 부담이 계속 커지는 만큼 적립 비율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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