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본 일본 드라마 한 편. ‘하늘을 나는 홍보실’이라는 작품인데, 항공자위대라는 소재가 특이해서 골랐다. 부상으로 홍보 업무를 맡게 된 전직 파일럿과 ‘잘생긴 제복 남자’ 특집을 담당한 방송국 디렉터가 주인공이다. 첫 대면부터 디렉터는 “자위대 같은 데보다 항공사에서 일하는 게 훨씬 더 낫지 않나요?”라거나 “전투기라는 게 사람을 죽이기 위한 기계잖아요. 그런 것에 타고 싶은 사람이라니”라며 독설을 퍼붓는다. 그 정도로 자위대에 부정적이던 주인공이 자위대원들을 마주하면서 점차 편견을 버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관제 드라마’ 같아 좀 오글거리긴 했지만, 자위대에 대한 일본 국민의 인식을 바꾸는 데는 상당한 도움이 됐을 듯하다.우린 어떤가. 제복을 입은 이들을 입으로만 칭송하고 실제로는 홀대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지난 주말 신문에 실린 한 장의 화재 현장 사진이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등을 돌리고 눈물을 참는 소방관과 그 뒤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추미애 경기지사의 모습이 대비되는 사진이었다. 추 지사는 지난 13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은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해 소방관들의 분노를 샀다. 지사도 됐으니 자신의 사업을 벌이고 싶은데, 텅텅 빈 도(道) 곳간에 짜증이 났을 법도 하다. 공교롭게도 문제의 발언 사흘 뒤 부천의 한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화에 나선 소방관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진 속 추 지사의 얼굴엔 ‘왜 하필 이때’라는 당혹감이 엿보인다. 순직 소방관의 빈소를 찾은 추 지사는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사족을 단 사과로 또 한 번 국민을 기함하게 했다. 평생 누구에게도 고개 숙여 본 적이 없어 ‘사과의 방식’조차 서툴렀던 걸까.
어떤 해명을 하든 ‘재정 빨대’라는 표현 속엔 소방관에 대한 평소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이 가장 위험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차마 할 수 없는 발언이다. 추 지사를 거든답시고 “이게 진짜 재정을 쭉쭉 빨아먹는 것 아니냐”고 한 여당 의원까지 등장한 걸 보면 우리나라의 진짜 재정 빨대는 정치인이 아닌가 싶다.
제복에 대한 홀대는 소방관에게서 멈추지 않는다. 북한이 매설한 지뢰에 우리 군 간부들이 중상을 입었는데도, 그 지뢰를 제거하는 정도를 대단한 ‘상응 조치’인 양 마무리하려는 정부다. 이제는 김여정이 적반하장으로 대남 확성기를 틀 수도 있다고 조롱하기에 이르렀다.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군이 “과연 이 나라는 내가 목숨 걸고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라는 회의감이 들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잇단 흉악 범죄로 민생치안 불안감이 커지고 일부의 일탈까지 겹쳐 질타받고 있긴 하지만, 사명감 하나로 버티는 경찰관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런 조직의 수장을 2년 가까이 공석으로 놔둔 건 13만 경찰관에 대한 경시와 다름없다.
교도관들은 어떤가. 수감자에게 폭행당한 교도관이 10년 새 네 배 늘었다고 한다. 과밀화된 교도소를 방치하니 수감자의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교도관에게 향하기 때문이다. 제복을 입은 죄수 신세라는 한탄이 나올 법도 하다.
귀하지 않은 직업이 없겠지만, 특히 제복 입은 이들은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지켜주기 위해 매일매일 분투한다. 그런 그들에게 일방적인 헌신과 희생만 바랄 수는 없다. 경제적 보상도 필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국가가 그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끝까지 자긍심을 지켜주는 것이다. 그런 믿음이 있어야 제복을 명예롭게 여길 것이고, 조직 기강도 바로 설 수 있다. 우리가 제복 입은 이들에게 요구할 건 그들의 땀과 사명감이지 눈물과 탄식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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