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도 근로자" 첫 판결…업계 '촉각'

입력 2026-07-08 12:41  

사진=연합뉴스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배달 라이더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단이 확정될 경우 배달 플랫폼은 물론 특수고용직 전반의 고용 구조에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8-1부(이지영 황성미 박성윤 고법판사)는 라이더유니온 지부 조합원 A씨가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에서 지난 3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으로, 배달 라이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첫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는 실제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고(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 회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해 배달업무라는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단 근거로는 라이더가 배달 플랫폼 앱을 통해서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고, 근무시간과 보수 기준을 모두 회사가 정했으며, 배달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은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전형적인 근로자에 비해 상당히 완화된 형태로 노무를 제공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근로기준법에서 라이더와 배달 플랫폼에 적용하기에 적절치 않은 규정이 있고 종국에는 원고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무 제공에 더 부합하는 별도 입법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더라도,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만연히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것보다는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개별 사안에서 근로기준법 규정을 탄력적으로 해석해 근로관계를 실질에 맞게 규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 판결에 대해 "플랫폼을 통해 노동한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사회보험, 연차, 퇴직금 등 각종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면탈할 수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며 "플랫폼사는 판결 취지에 맞게 노동법상 권리 보장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배포한 논평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여전히 개별 소송을 통해서만 인정되는 현실은 결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고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며 "노동자 추정제도 도입 등 법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라이더 근무시간과 장소를 회사가 구체적으로 정하고 단체대화방을 통해 배차 지시, 복장 지침 전달, 페널티 등 불이익까지 관리해 온 중소 배달 플랫폼사의 개별 사례"라며 "이런 관리 구조가 없는 다른 플랫폼이나 대행사로 일반화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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