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에 손 내민 SK하이닉스…묘수일까 악수일까

홍헌표 기자

입력 2026-09-17 14:36  

    <앵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손을 잡고 미국 현지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AI 산업의 중심인 미국 본토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입니다.

    SK하이닉스가 인텔과 실제 협력에 나서면 HBM 전공정 생산보다는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홍헌표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SK하이닉스는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이군요?

    <기자>
    외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인텔의 오하이오주 공장 부지를 임대하거나 주요 빅테크들과 함께 합작법인(JV)을 설립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검토 자체는 인정했다고 볼 수 있는데, SK하이닉스는 미국 시장에 더 깊게 진출할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올해 1월 SK AI 컴퍼니를 미국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했고, 하반기에는 ADR 상장과 인디애나팹 착공까지 진행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부지나 용수 등 조건이 맞으면 미국에 신규 팹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인텔과의 협력도 검토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SK하이닉스는 왜 지금 시점에 인텔과 협력을 추진하는 겁니까?

    <기자>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반도체 업계에서 윈윈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을 다 갖추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가 없고, 인텔은 메모리 반도체가 없습니다.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팹과 인텔의 오하이오 팹이 상당히 가까운 것도 긍정적인 이유입니다.

    두 팹은 직선거리로 350km, 도로로 400km 떨어져 있어 미국 땅에서 차로 4시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처음부터 팹을 건설하려면 부지 확보, 인허가, 인력 확보, 장비 설치, 수율 안정화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반면 인텔의 부지를 임대하면 기존 인프라를 곧바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한미 관세협상에 담긴 대미투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압박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과거 미국은 급성장하는 일본 반도체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을 맺고 일본 반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켰습니다.

    올해 초에는 대만의 TSMC가 미국의 압박에 대규모 미국 내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SK하이닉스가 인텔과의 협력 카드를 고민하는 겁니다.

    <앵커>
    일부에서는 HBM 전공정 생산부터 미국에서 하는 것 아니냐고 예측하는데, 역시 이건 쉽지 않겠죠?

    <기자>
    현재 단계에서는 확정된 게 없어 추정만 가능합니다.

    다만 HBM의 전공정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을 이유로 정부가 막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HBM이나 첨단 D램 제조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 돼 해외 진출 시 정부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아무리 미국이 압박해도 이것까지 내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HBM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D램을 만들어야 한다면 인텔이 CPU의 강자이기 때문에 데이터센터용 CPU에 들어가는 DDR 메모리를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인텔 공장에서 HBM 패키징을 추가로 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SK하이닉스가 새 팹을 짓지 않고 인텔 팹을 임대해 인디애나와 오하이오를 HBM 첨단 패키징 메카로 만들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인텔의 오하이오 첫 번째 팹 가동시점은 2030년인데, SK하이닉스의 패키징 팹 가동이 2029년이어서 시기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앵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차원에서 이번 협력 검토가 주는 또 다른 메시지는 없습니까?

    <기자>
    미국 투자와 함께 TSMC 병목을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도 담겨있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살펴본 데로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부재로 TSMC와 항상 협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AI 수요 폭발로 TSMC의 CoWoS 패키징 병목이 심해 점점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 달 SK하이닉스는 인텔의 2.5D 첨단 패키징 기술인 EMIB-T를 도입해 HBM을 실증하는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SMC의 CoWoS 병목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입니다.

    한국에서 만든 HBM을 인디애나로 보내 패키징을 하고, 인텔 오하이오 팹에서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하는 겁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CPU·GPU·ASIC와 HBM, 첨단 패키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인텔 입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가까워지면 향후 인텔 파운드리 고객들이 원하는 HBM, 패키징 생태계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인텔은 CPU 회사에서 'AI 반도체 제조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입니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의 협력이 현실화 되면 글로벌 반도체 생산망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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