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연 5.31%, 24년 만의 최고치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금리에 민감하다는 기술주는 오히려 미국과 한국 증시에서 동반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월가 대형 기관들도 실적 시즌과 중간선거를 앞둔 '반짝 랠리' 전망을 잇따라 내놓는 등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데요.
딥시그널 김종학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채권 금리가 이렇게 뛰는데도 시장이 오르는 이유부터 따져봐야겠습니다.
<기자>
한마디로, 미국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가 지금 수준에서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시장이 어느 정도 답을 찾았다는 겁니다.
지난달 말부터 강세론으로 돌아선 JP모건의 미슬라브 마테이카 전략가는 "채권금리 급등으로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비관적이 되었다"고 진단합니다.
미 국채 금리가 뛰는 이유를 뜯어보면 미국의 재정적자가 고질적인 배경으로 거론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지금 수준의 금리도 성장 기대를 낮출 수준이 아니라는 점도 한몫을 합니다.
지난 금요일 나온 고용은 예상보다 적었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완전고용 수준인 4.2%으로 미국의 강한 소비지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유로 높아진 채권 금리 탓에 주식시장이 정말 더 오르기 어려운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과거 1990년대에도 금리 강세 속에 지수가 올라 1995년, 96년 강세장이 나타난 사례가 있는 만큼, 지금을 연 5%대의 '새로운 금리 시대'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합니다.
<앵커>
금리 상승 속도가 더뎌지고, 그로 인해 조정을 더 받을 이유가 줄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시중 자금이 실제로 주식시장에 들어오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지난 3분기 급락 이후 자금 유입이 꽤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대표적 마켓 메이커로 알려져 있는 시타델의 공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인데요.
S&P500 지수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추적해온 스캇 럽너 전략 총괄은 연초 이후 미국 주식 상장지수펀드로 들어온 자금은 1조 9,000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빠른 속도로 분석합니다.
유입액의 절반이 넘는 7,700억 달러가 조정 국면이 이어진 지난 3분기에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는데,
월마트, 버크셔해서웨이처럼 덩치 크고 오래된 기업들이 제자리걸음을 하더라도, 구성 비중이 큰 빅테크가 순환하듯 상승하며 전체 시장을 끌어올리는 구도여서 시장이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또 짧게 이번 한 달만 보더라도 수급 재료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주주 환원 부분에서 기대할 만한 자사주 매입인데, 미국 기업들의 올해 자사주 매입 승인액은 9월 29일 기준 1조 3,000억 달러로 이 시점 기준 사상 최대입니다.
이는 기록적이었던 작년 속도보다도 8% 더 증가한 규모이고 실적 시즌 이후인 10월 15일부터 이러한 매입을 재개하면 시장을 떠받칠 수 있게 됩니다.
<앵커>
지난 조정 기간 레버리지로 인한 시장 혼란이 있었는지가 상당한 논쟁 요소였는데, 이런 우려도 사라졌다고요?
<기자>
시타델은 지난 3분기 반도체 하락의 배경이 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잔여 지분을 인수한 주체로 알려졌을 만큼, 이번 시장 변동의 한복판에 있던 기관입니다.
럽너는 이와 관련해 시장이 원하던 대로 "상당 부분 리셋을 실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레버리지를 비롯한 선물·옵션 등 무거운 포지션을 덜어냈고, 시스템 트레이딩도 매도를 일단락하는 등 '시장이 더욱 깨끗한 환경'에서 4분기를 맞이했다"는 겁니다.
실제 미국 증시에 쌓여 있던 마진 거래와 레버리지가 어느 정도였느냐면, 미 금융산업규제국 FINRA 집계 기준 통상 1조 5,000억 달러 약 2015조 원 규모인데,
지난 7월 한 달간 850억 달러(약 114조 원)가 줄었고,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1,000억 달러 상당이 증발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앵커>
우리 시장을 보면 SK하이닉스가 주춤한 가운데 나머지 반도체 소부장주가 시장을 떠받치는 모습입니다.
아직은 완전한 랠리라고 하기엔 이른데, 왜 벌써부터 하반기 시장을 낙관하는 겁니까?
<기자>
결국 실적입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지속되는 중에도 막대한 자금이 몰리고 있고, 기업 실적이 이를 입증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JP모건은 지난 8월 S&P500 연말 목표치를 7,800에서 8,000으로 올리면서, 지수 구성 종목의 주당순이익이 29% 늘어난 35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시타델의 관점도 사실상 비슷합니다. 반도체 등 주요 종목의 약세로 혼란스러워 보여도, S&P500은 오히려 예상 실적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입니다.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19배로 올해 고점 22.4배보다 15%가량 낮고, 지난 10년 평균 수준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나스닥100은 고점 대비 14%, 반도체는 31%나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어 그만큼 더 오를 여력이 크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간밤 5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쓴 엔비디아를 두고는, DBS그룹의 허우웨이푹 최고투자책임자가 17배 주가수익비율로는 AI를 상징하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익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져 있는 여건에서 S&P500의 44%가 실적을 내놓는 이달 하순 시장의 방향이 확정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눈여겨볼 건 이익 추정치를 보는 시각이 지난달보다 개선됐다는 점입니다.
S&P500 분기별 주당순이익 성장률을 보면 지난해 2분기는 컨센서스 4.6%에 실제 10.9%, 올해 2분기는 21.7% 예상에 32.4%로 다섯 분기 연속으로 눈높이가 올라왔고 결과적으로 전망치 상향에 따라 시장이 바뀌는 흐름을 이어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이번에야 말로 시장의 눈높이를 확실히 넘어설지, 그것도 아니라면 주주 환원을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군요.
한편으로는 이번 랠리가 아직 조심스러운 측면도 보이는데, 거품 논란까지 완전히 걷어낼 수 있을까요?
<기자>
네, 반도체 과열 신호를 완전히 걷어내기엔 아직 숫자가 더 필요합니다.
월가 분석 기관인 BTIG는 2000년 3월 정점을 찍었던 당시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바탕으로 현재의 사이클이 놀라울 만큼 똑같다고 지적합니다.
2000년 3월 14일 고점과 올해 6월 30일 고점을 겹쳐 놓으면 이후 궤적이 거의 일치하다보니, 이 패턴에 나타난 시장 폭이 좁혀질 여지가 있다는 관점이죠.
시타델 역시 S&P500 구성 종목 중 50일 이동평균선 위에 있는 종목이 25%뿐이고, 그간 3분기 지수 상승분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 메타 네 종목에서 나왔기 때문에 취약한 지점이 있다고도 봤습니다.
결국 대형 기술주에 의존해온 시장이지만 결국 숫자를 입증해야 하는 이달 하순 어닝 시즌이 남은 랠리의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앵커>
네, 딥시그널 김종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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