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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30년 만에 고금리 시대 재현된다…글로벌 증시에 미칠 파장은?[국제경제읽기 한상춘]

황효원 기자

입력 2026-10-12 18:09  

30년 만에 고금리 시대 재현된다…글로벌 증시에 미칠 파장은?[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연합뉴스

이번 주에는 두 차례 연속(bacl to back)해서 금리를 올린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린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미국 중앙은행(Fed) 순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길게 보면 1990년대 후반 신경제 이후 30년 동안 저금리에 익숙해져 왔던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고금리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쟁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고금리 시대 진입 여부는 Fed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달릴 확률이 높다. 양대 책무 지표중 Fed는 고용보다 물가를 중시한다. 실업률은 Fed가 추정하는 완전고용 범위인 3.5∽4.3%에 들어간 지 오래됐다. 선제성이 통화정책의 생명인 점을 고려하면 경기후행 지표인 실업률을 금리 변경의 잣대로 삼기보다 참고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FOMC 멤버의 공통적인 견해다.

지난 5월 이후 미국의 물가는 3개월 이동 평균치로 볼 때 ‘수준(level)’은 목표치 2%를 웃돌고 있지만 ‘변화(change)’는 하향세다. 올해 잭슨홀 미팅에서 워시 의장이 물가가 높다는 발언에 따라 금리 변경 시 수준과 변화 중 어떤 것을 중시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 열릴 FOMC 회의에서 수준을 중시하면 ‘인상’, 변화를 중시하면 ‘동결’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Fed의 용역으로 이뤄진 에스트렐라와 미시킨 연구에 따르면 금리 변경처럼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은 수준보다 변화가 더 유용하다고 봤다. 2024년 9월 이후 피봇(pivot)을 추진해 왔던 것도 수준만 놓고 보면 물가가 목표치를 웃돌아 금리를 올려야 했다. 하지만 변화로 보면 물가가 잡히고 있어 당시 침체를 보인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

수준만 중시하더라도 어떤 물가 지표를 고려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열릴 FOMC 회의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금리 변경 잣대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을 보면 목표치를 웃돌고 있어 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려야 한다. 하지만 워시 의장이 주장하고 있는 절사평균 물가로는 목표치에 근접해 금리를 안 몰려도 된다.

목표치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FOMC 회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친트럼프 멤버는 밴 버냉키 전 의장 시절부터 앵커 역할을 해왔던 2%를 4%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반트럼프 멤버는 2%를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잭슨홀 미팅 발언 등을 검토해 보면 워시 의장은 후자에 가깝다.

현재 물가 수준은 모두 목표치 2%를 상회하고 있어 반트럼프 멤버와 워시의 견해대로 라면 금리를 울려야 한다. 하지만 반트럼프 멤버의 주장대로 목표치를 4%로 상향 조정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대부분 물가가 4%를 밑돌고 있어 금리를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것도 이 근거에서다.

변수가 있는 만큼 9월 FOMC 회의에서 3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어도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더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재정적자와 포퓰리즘 간 악순환 고리(DPDL·Deficit-Populism Deep Loop)’다. 바이백 등 특단의 대책을 잇달아 동원해도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있는데 중간선거를 겨냥해 유권자당 5000달러씩 배당금을 뿌려서 어떻게 국채 파동이 진정되겠는가. 기준금리 변경은 뒤따라갈 뿐이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것은 미국 국채의 편의 수익률이 제로(0) 수준까지 떨어졌다. 편의 수익률이란 안정성과 유동성이 가장 높은 미국 국채를 보유하기 위해 기꺼이 감수하는 수익률을 말한다. 통상 무위험 이자율보다 0.1∽0.4% 포인트 낮게 형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편의 수익률이 제로로 떨어졌다는 것은 미국 국채 매력이 상실됐음을 의미한다.

가장 빨리 변화가 나타나는 곳은 유통시장이다. 각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각한 지 오래됐고 신규로 발행한 미국 국채 입찰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한때 1조 3천억 달러까지 보유했던 중국은 절반 수준 이하로 줄였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돈로주의로 관계가 악화된 유럽를 중심으로 동맹국도 가담하고 있다.

최대 보유국인 일본은 자국의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한 엔저 저지 노력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거센 매도 압력에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일본 국민 사이에는 “국가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데 왜 우리 자산인 미국 국채를 팔지 못하느냐”고 반문한다. 낮은 국민 지지도를 고려하면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는 수용할 확률이 높다.

발행시장에서도 일대 구조 변화가 일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국제 기채시장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해 온 달러 표시 채권 발행이 급감하는 대신 스위스 프랑화 표시 채권이 발행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대부분 선진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재정이 건전한 스위스는 0%대 물가를 바탕으로 제로인 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원화 표시 채권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은 발행 금리가 스위스보다 높지만 지난 4월 이후 세계 채권 지수(WGBI)상 선진국 지위에 편입된 데다 국가채무비율이 53% 내외로 재정이 건전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외신용도를 나타내는 신용 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5년물)은 0.2% 포인트 내외로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고민에 빠지고 있다. 유통과 발행시장에서 외면당할 정도로 안정성과 유동성이 떨어지는 미국 국채를 대신할 공개시장 조작 대상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비 공개 시장 위원회(SOMC)를 중심으로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대형사가 발행한 주식과 회사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Fed의 통화정책 수단은 기준금리 변경과 공개시장 조작이다. 미국 국채를 주 대상으로 하는 후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전자의 기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취임 이후 캐빈 워시 의장은 대차대조표(B/S) 조정 방식을 축소해 나가고 있다. 작년 12월 시행 이후 ‘양적 완화(QE)냐 아니냐(not QE)’ 논쟁이 지속됐던 지급 준비금 관리 매입(RMP)을 중단시켰다.

기준금리 기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보완 조치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시장 금리와의 체계 악화로 기준금리 역할이 떨어진 연방기금금리(FFR) 대신 익일 환매 금리(on RRP)를 주 대상으로 삼을 움직임이다. 기준금리 변경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1년 내외로 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간에서 점검할 수 있는 표적변수를 찾으려는 노력도 주목된다.

미국 국채 편의 수익률이 제로로 떨어진 후 나타나는 변화는 미국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으로 귀결될 확률이 높다. 트럼프 정부가 지향하는 마가(MAGA)를 달성하는 유일한 수단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줄이고 동맹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길밖에 없다. 가능한 일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는 한 그 답은 “아니다(No)”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케네스 로코프 교수는 △재정이 불안하고 △금리가 높으며 △정치가 마비돼 있고 △충격이 오는데 통수권자자 느끼지 못할 때 재정위기가 온다는 4단계론을 제시했다. 지금 트럼프 정부는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고 경고했다. 이제는 이자율(r)이 성장률(g)보다 높아졌는데 여전히 빚내서 더 쓴다면 남아있는 길은 디폴트를 당하는 길밖에 없다. 재정 건전화(fiscal consolidation)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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