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 명단 공개를 앞두고 상장사들의 개선계획 제출이 마감일에 몰렸다. 다만 배당금과 자사주 소각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기업부터 실적 회복 이후 주주환원을 검토하겠다는 기업까지 계획의 내용에는 차이가 컸다.
22일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 KIND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2분 기준 PBR 개선계획을 제출한 기업은 51곳으로 집계됐다. 전날까지 14곳이 제출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동안 37곳이 추가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접수는 이날 오후 7시께 마감될 예정이어서 제출 기업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거래소는 오는 11월 2일 저PBR 기업 명단을 처음 공개한다. PBR은 기업의 순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다. 시장·업종별로 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누적 3년간 해당하는 기업이 공표 대상이다.
앞서 거래소의 간이 시뮬레이션에서는 약 220곳이 공표 기준에 해당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약 120곳은 누적 6년간 저PBR 기준에 해당하는 장기 저PBR 기업으로, 개선계획을 공시해도 면제 특례를 받을 수 없다. 나머지 기업은 개선계획을 공시하고 요건을 충족하면 1년간 공표를 면제받을 수 있다. 면제 가능 기업에 비해 계획서를 제출한 기업 수는 적지만 마감을 앞두고 제출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제출 기업의 실제 공표 대상 해당 여부와 면제 여부는 거래소 확인을 거쳐 결정된다.
●소각 시기 못 박은 뉴트리…실적 회복이 먼저인 기업도
개선계획에서 기업들이 반복적으로 지목한 저평가 원인은 낮은 성장 기대와 실적 변동성, 낮은 자본효율, 부족한 주주환원과 정보 비대칭이다. 처방도 고부가 제품 확대와 원가절감, 차입금 축소, 유휴자산 정비에 배당과 투자자 소통을 결합하는 형태가 많았다.
차이는 실행 규모와 시기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했느냐에서 나타났다.
뉴트리는 2026∼2029년 평균 연간 주당배당금 400원 이상을 지향하고, 취득한 자기주식 34만372주를 2027년 1분기 안에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소각 예정 물량은 올해 6월 말 발행주식총수 기준 3.8%다. 투자 회수 이익의 20% 이상도 추가 환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반면 무림P&P는 최소배당금과 중간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검토 과제로 제시했다. 영업으로 창출한 현금은 고금리 차입금 상환에 우선 배분해 금융비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위메이드플레이도 이익 증가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개선계획이라도 당장 실행할 환원책을 제시한 경우와 환원을 시작할 여건을 마련하는 데 무게를 둔 경우가 갈리는 셈이다.
●“현금 대비 무배당” 자체 진단…자사주도 소각만 있는 건 아냐
기업들이 직접 밝힌 저평가 원인에서는 서로 다른 자본 배분 과제도 드러났다.
패션플랫폼은 보유 현금성자산 대비 연속 무배당 기조가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무차입 기조 속 과도한 유휴자본의 효율화와 현금성자산을 활용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수립을 제시했지만, 배당 규모와 시행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파인테크닉스는 최대주주의 잦은 변경과 반복적인 지분 희석이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매출 감소와 비영업 손실, 자본 감소와 희석성 자금조달이 추가 할인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짚었다.
자사주 활용 방안 역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SJM홀딩스는 보유 자기주식 약 138만주, 지분율 9.25%에 대해 소각을 우선 검토하되 전략적 인수·합병(M&A)과 사업 확장에 활용할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목표 숫자보다 실행수단…경영진 책임 장치도 차이
목표 PBR을 제시하는 방식도 달랐다. GS글로벌과 우리손에프앤지는 중장기 PBR 수치 목표를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지주는 중장기적으로 PBR 0.6배를 지향하면서 목표 달성 시기와 여부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일제약은 2025년 0.46배인 PBR을 2029년 3배로 높이는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기간 ROE는 5.04%에서 9.16%, PER은 9.66배에서 35.24배로 높아지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익 개선뿐 아니라 시장이 이익에 부여하는 평가도 크게 높아져야 하는 구조다. 회사는 해당 수치가 확정적인 달성 약속이 아닌 지향 수준이라고 밝혔다.
계획을 뒷받침하는 경영진 평가·보상 장치에도 차이가 있었다. DB증권은 PBR 상대성과를 전사 핵심성과지표(KPI)로 운영하고 경영진 이연성과급을 주가와 연계하고 있다. KG스틸과 KG에코솔루션도 주가와 경영진 보상체계가 연동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대다수의 기업은 보상 연계를 향후 검토 과제로 남겼다.
저PBR 명단은 거래소 공시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증권사 MTS·HTS 등에도 표시될 예정이다. 명단 공표 자체에 직접적인 제재가 따르는 것은 아니다. 마감일에 늘어난 계획 제출이 실제 배당과 소각, 자본 배분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기존 정책에서 추가된 조치가 무엇인지가 제도의 실효성을 판단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