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남편 곁에 있겠다"고 사유 언급…입각 15개월만에 사실상 경질 평가도
이란전 등 주요 의사결정 회의서 배제돼…'엇박자 메시지'로 신임 잃어
트럼프 2기 여성 각료급 인사만 4명 교체…내각 물갈이 속도낼지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미국 정보 당국의 총책임자인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22일(현지시간) 사의를 표명했다.
개버드 국장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사직서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공개했다.
개버드 국장은 사직서에서 골암 진단을 받은 남편을 돌보기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제 남편 에이브러햄이 최근 극히 드문 형태의 골암 진단을 받았다"며 "지금은 공직에서 물러나 그의 곁을 지키며 이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내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30일부로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버드 국장의 SNS 게시물이 올라온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의 사의 표명을 전하며 "털시는 놀라운 일을 해냈고, 우리는 그녀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버드 국장의 남편에 대해서도 "그가 곧 어느 때보다 건강해지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애런 루카스 현 국가정보국 부국장이 국장 대행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버드 국장은 공식적으로는 가족 돌봄을 사의 배경으로 밝혔지만, 그 이면에는 백악관의 사퇴 압박이 적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개버드 국장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 관련 미 당국의 수사를 비판했던 점이나, 올해 초 조지아주에서 연방수사국(FBI)이 2020년 대선 투표용지를 압수하는 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 등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개버드 국장은 정보기관 수장임에도 이란전이나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체포 작전과 관련한 백악관의 의사 결정 회의에서 배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개버드 국장이 중앙정보국(CIA)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으며 백악관 내부와 정보기관 전반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왔다고 보도했다.
행정부 내에서는 국가정보국의 영문 약자인 'DNI'가 개버드 국장을 "초대하지 말라"(Do Not Invite)를 뜻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돌기도 했다고 한다.
CNN 방송은 개버드 국장이 특히 이란전과 관련해 엇갈리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백악관 내 신임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개버드 국장은 이란전 개전(2월28일)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의 근거로 제시한 '임박한 핵 위협'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한 소식통을 인용해 개버드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와 엇박자를 내는 행보를 보이면서 백악관 내부의 불만이 커졌고, 결국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민주당 하원의원을 지낸 개버드 국장은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가 2024년 당을 떠나 그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정치 노선을 바꿨다.
이후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2월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 수장에 올랐지만, 취임 1년 3개월여만에 사실상 경질 수순을 밟게 됐다.
올해 들어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 로리 차베스-디레머 노동장관까지 3명의 장관이 물러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질성 인사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돼왔다.
개버드 국장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사의를 표명했거나 경질된 고위 관료 4명은 모두 여성이다.
린다 맥마흔 교육장관, 브룩 롤린스 농무장관, 켈리 레플러 중소기업청장 등 여성 각료들이 여전히 현직에 남아있지만, 국토안보·법무·정보 등 핵심 라인에서 여성 인사들이 잇따라 빠지는 모습이다.
WP는 개버드 국장의 사퇴로 존 랫클리프 CIA 국장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DNI와 CIA는 최근 수년간 권한과 영향력을 둘러싸고 경쟁해왔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는 양측 마찰이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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