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DR 상장으로 나스닥 입성…공모가 대비 13% 급등
7천피 위협받던 코스피, 막판 반등해 7,475로 한 주 거래 마감
"반도체 피크아웃 검증과정서 박스권 등락 가능성…과매도 구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한 대형주들이 무차별적 투매에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지난 한 주 국내 투자자들은 공포의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막판 들어 기관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일부 되돌렸으나, 그간 코스피 불장을 뒷받침했던 개인들의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모양새다.
1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612.40포인트(7.57%) 내린 7,475.94로 한 주 거래를 마무리했다.
열흘 넘게 반복된 급등락에도 8,000선을 지키고 있던 지수는 삼성전자가 역대급 2분기 실적을 발표한 7일부터 2거래일 연속 4.91%와 5.35% 급락, 7,000대 초반까지 밀렸다.
9일에는 장중 7,063.76까지 추락해 '6천피'로 내려앉을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중 한때 26만7천500원과 207만6천원까지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고점(37만4천500원·6월 19일) 대비 28.6%,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5일 기록한 사상최고치(298만7천원) 대비 30.5% 내린 수준이었다.
시장 밸류에이션 지표인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지난 9일 종가 기준 6배 초반까지 내려 2008년 금융위기 당시(6.43배·2008년 10월 24일)를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상 문제가 없는 상황인데도 과매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공지능(AI) 붐과 반도체주 초강세에 힘입어 코스피가 올해 들어서만 80% 가까이 급등, 주요국 증시 중 수익률 1위에 따른 차익실현 압박이 거센 데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80∼90을 오가는 과도한 변동성이 장기간 지속되며 투자자들의 피로가 극에 달한 것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100조원을 넘어서는 역대급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적지 않은 호재가 있었는데도, 그때마다 오히려 부정적 해석이 힘을 얻으며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난 까닭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다만,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기도 하는 VKOSPI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0일 8% 넘게 급락해 78.15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VKOSPI가 80포인트선 아래로 내려온 건 지난달 18일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설비투자 축소 우려와 반도체 산업의 이익증가율 둔화 가능성, '삼전·닉스' 레버리지발 수급 변동성 등 불안요소에도 코스피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급반등해 장중 7,700선까지 치솟았다.

지속적으로 한국 주식을 내다 팔던 외국인도 주 후반 들어 '사자'로 돌아서는 조짐을 나타냈다. 이번 조정으로 단기간 급등에 따른 기술적 부담을 떨어냈고 최대 약점으로 지목됐던 반도체주 쏠림이 다소 완화된 것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지난주(6∼10일) 유가증권시장 투자자별 매매현황을 들여다보면 외국인은 도합 4조1천162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3조6천748억원과 2천92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주간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기[009150](4천410억원), LG이노텍[011070](3천631억원), SK스퀘어[402340](2천842억원), 현대로템[064350](1천411억원), 삼성SDI[006400](1천99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주간 순매도 상위 종목은 SK하이닉스(3조2천259억원), 삼성전자(2조9천6억원), KB금융[105560](1천941억원), 삼성전자우[005935](1천819억원), 한화오션[042660](1천773억원) 등이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0일 미국 뉴욕증시는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상승한 채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2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0.42% 올랐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0.29%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종료를 공식 선언하면서 장 초반 등락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카타르 등의 중재로 이번 주 스위스에서 미국과 이란의 추가 협상이 열릴 것이란 보도 등이 나오며 시장 영향이 제한됐다.
그런 가운데 미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나스닥에 입성한 SK하이닉스로 쏠렸다.
SK하이닉스는 이날 170달러에 거래를 시작해 168.01달러에 마감했다. 공모가 149달러 대비로는 12.76%, 지난주 국내 본주 마감가(218만원) 대비로는 15.78% 높은 가격이다.
미국예탁주식(ADS)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본주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역(逆) 김치 프리미엄'이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 들어맞은 것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미국 ADR과 본주 간 실시간 자본 이동 및 차익거래가 결제 시차, 세제, 규제 등으로 제한될 때 강력한 대기 수요가 미국 시장으로 몰리며 프리미엄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AI 거품론'과 관련, 일부 주가 과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AI 기술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한 것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최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해서도 인간과 다를 바 없이 사고하는 범용 인공지능(AGI)이 탄생하기 전까지는 고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ADS로 수급이 쏠리면서 마이크론(-1.24%)은 소폭 하락했으나, 최 회장의 발언에 따른 반도체 투자심리 개선 등에 힘입어 샌디스크(+3.10%)와 시게이트(+2.28) 등은 상승했다.
한국 증시 투자심리 관련 지표들은 등락이 엇갈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상장지수펀드(ETF)는 0.67% 하락했으나, MSCI 신흥 지수 ETF는 0.06% 상승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0.06% 올랐고, 러셀2000지수는 0.49% 내렸다.
다우운송지수는 0.03% 하락했으나,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0.48% 오른 가격에 장을 마쳤다.
금주 국내 증시는 14일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금융사를 시작으로 개막할 미국 실적 시즌을 지켜보며 방향성을 가늠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 업종에선 15일 ASML, 16일 TSMC·시게이트 등 핵심기업 실적이 잇따라 공개될 예정이어서 발표 결과 및 가이던스(기업 자체 실적전망치) 상향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글(23일), 마이크로소프트(30일), 아마존(31일) 등 빅테크 실적 발표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고, 반도체 쏠림이 여전한 상황인 만큼 변동성 확대가 단기 수급 이탈을 유발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진단했다.
나 연구원은 "주가는 당분간 넓은 범위의 박스권 흐름을 거친 후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시장이 반도체 실적 증가율 피크아웃(정점통과)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매물 소화를 위한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 시장은 하락이 매도를 부르며 투자자가 하락 근거만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쉬운 장세"라고 짚었다.
나 연구원은 "펀더멘털이 견조한데도 반도체 이익 증가율 및 AI 설비투자 둔화 우려가 선반영되고, 일부 레버리지 자금 청산이 매도 압력을 키운 과매도 구간"이라면서 "단순 매물소화 국면에 가까우며 주가는 저점에 근접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 등 주요 일정은 다음과 같다.
▲13일(월) = 한국 7월 1~10일 수출
▲14일(화) =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 미국 6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중국 6월 수출
▲15일(수) = 미국 6월 생산자물가지수, 미국 7월 뉴욕 연은 제조업지수, 중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중국 6월 소매판매, 중국 6월 산업생산, 중국 6월 고정자산투자, 일본 5월 핵심기계수주
▲16일(목) = 한국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미국 6월 소매판매
▲17일(금) = 미국 6월 주택착공건수, 미국 6월 주택건축허가건수, 미국 6월 산업생산, 미국 7월 미시간대학교 소비자심리지수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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