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D-100] ② 확전일로 이란전…'기름값 4달러' 민심에 사활

입력 2026-07-26 07:00  

[美중간선거 D-100] ② 확전일로 이란전…'기름값 4달러' 민심에 사활

[美중간선거 D-100] ② 확전일로 이란전…'기름값 4달러' 민심에 사활
전쟁 장기화에 '4달러 저지선' 뚫려…트럼프는 종전 고심·민주당은 집중 공세
트럼프, '민주당은 공산주의' 이념 대결 주력…단골메뉴 부정선거 의혹도 동원
민주당 '감당가능한 생활비' 앞세워 트럼프 실정 부각…관세·이민정책도 변수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의 주유소에서 요즘 중형차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면 70달러(10만2천원) 가까이 나온다.
인근 지역 주유소로 차를 몰고 나가면 조금 싸지만 크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주별로 기름값이 달라서 서부의 캘리포니아주로 가면 더 비싸진다.
최근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윳값은 갤런당 4달러를 넘어 계속 오르고 있다. 국토가 넓어 자동차를 통한 이동이 거의 필수인 미국에서 갤런당 4달러는 고물가를 실감하게 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인데, 미국과 이란의 협상 국면 당시 4달러 밑으로 떨어졌다가 최근의 긴장 격화와 맞물려 4달러를 넘어섰다.
이란전쟁 이전인 작년 말 갤런당 3달러가 조금 안 되던 것에 비하면 인상 폭이 상당하다.
중간선거를 100일 앞둔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대 고민 역시 기름값으로 대표되는 물가다.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이란을 상대로 대대적 공격을 퍼붓고 싶어도 결국 유가 인상을 비롯한 물가 급등이 중간선거에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이란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주간의 연속 공습으로 이란을 압박해왔다. 대규모 공격을 검토하고 있으며 곧 결정하겠다고 공개 언급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정책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한 중간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실제로 대대적 확전을 감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여론은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의 최근 조사에서 이란 전쟁이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인 28%만 그렇다고 했고 68%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지난 선거에서 상·하원을 근소하게나마 공화당에 다 내준 민주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략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으로 갤런당 4달러 이상의 휘발윳값이 '뉴노멀'이 됐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이미 몇차례 지방선거에서 '감당가능한 생활비'(affordability)를 어젠다로 내세워 승리를 맛봤다.
무명의 조란 맘다니가 작년 11월 뉴욕주지사를 지낸 거물 앤드루 쿠오모를 꺾고 뉴욕시장이 되는 파란을 일으킨 것도 너무 비싼 생활비 문제를 정면 공략한 덕분이었다. 민주당으로서는 향후 중간선거 전략을 분명히 보여주는 중대 지표가 됐다.
상·하원 탈환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을 저지하겠다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공화당과의 이념 대결로 정치 양극화에 지친 유권자들의 피로를 자극하느니 민생에 집중하는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일부 경합주에서의 승패가 전체 선거 결과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부각해 중도층을 끌어오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물가를 초래한 원인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 이란전쟁에 나선 뒤 5개월 가까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파고드는 지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맞서 민주당, 특히 민주당 내 민주사회주의자들을 '공산주의자들'이라고 몰아붙이며 이념 대결의 구도에 주력하고 있다.
주된 지지층인 백인 기독교인을 상대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공산주의의 득세로 미국을 떠받쳐온 기독교 신앙의 토대가 공격당할 것이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최근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략이 "증오에 기반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유권자들이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더 혐오하게 만들어 선거를 치르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내 이념 지향적 그룹을 겨냥해 그들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을 자극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층까지 포섭하겠다는 네거티브 전략이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골 메뉴인 '부정선거 의혹'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 투표를 할 때 유권자의 신분을 엄격하게 확인하도록 하는 '세이브아메리카 법안'의 통과를 거듭 촉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워 다시 속도를 내는 관세정책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표심의 향방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정책도 과도한 공권력 집행이라는 민주당의 반발 속에 중간선거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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