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퇴직연금 45조원 급증…통계 집계후 분기 최대
개인이 굴리는 DC형·IRP가 증가분 95% 차지
"국고채보다 은행채·채권ETF 간접수요 먼저 확대"

(서울=연합뉴스) 강수지 기자 = 퇴직연금 적립금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채권시장의 새로운 수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제기됐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올해 1분기에 처음 5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지난 2분기에는 550조원을 넘어서며 빠르게 규모를 불려 나가고 있다. 증가분의 대부분은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상품에 집중됐다.
23일 금융투자업계 일부에서는 개인이 운용 시 안전자산을 일정 비율 이상 담아야 하는 퇴직연금 운용의 특성상 채권시장으로 관련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다만, 자금이 증시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곧바로 국채 현물 수요가 늘기보다 중단기 우량채와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 수요로 먼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자료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퇴직연금 총적립금은 553조9천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5조1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9년 3분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분기별 최대폭 증가다.
통상 퇴직연금은 부담금 납입이 4분기에 몰리는 계절성을 띤다. 지난해 4분기에 38조7천억원, 지난해 2분기에 12조7천억원 적립된 것을 고려하면 이번 2분기 적립금 증가는 이례적이다.
단, 잔액 급증은 순유입과 평가이익의 합으로, 2분기 주가 강세에 따른 평가이익이 함께 반영돼 있다.
2분기 증가분은 주로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상품 유형에 집중됐다.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은 2조4천억원 증가에 그쳤지만, 확정기여형(DC)은 20조1천억원,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22조6천억원 증가했다. 업권별로는 증권이 23조4천억원 늘며 은행(17조4천억원)과 보험(4조4천억원)을 앞섰다.
특히 IRP 비중은 2분기 처음으로 DC형을 넘어섰다. 2분기 적립금에서 IRP 비중은 30.0%, DC형은 29.5%를 기록했으며, 개인이 운용하는 두 유형의 합산 비중은 59.5%까지 확대됐다.

개인들의 투자형 상품 선호가 커지면서 사업자별 비중은 증권업 점유율이 29.8%로 보험(19.4%)을 추월했다. 상품 구성에서도 원리금 '비보장' 잔액이 197조7천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5.9% 늘었고, 원리금 '보장' 잔액은 356조1천억원으로 1.9% 줄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비보장형 자금 비중 상승에는 자금 유입과 주가 강세에 따른 평가 이익도 반영됐지만, 신규 유입 자금뿐 아니라 기존 보장형 자금의 비보장형 자금으로의 전환이 확인된 첫 분기라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는 예금성 원리금 보장에 머물던 자금이 개인의 선택에 따라 펀드와 ETF 등 투자형 상품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지난 2분기 전반적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졌던 만큼 주식형 상품으로 쏠림이 더 컸지만, 채권시장은 자산 배분 과정에서 위험자산뿐 아니라 방어적 성격의 채권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수급에서도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투신의 국채 순매수 누적 규모는 49조원으로 지난해 2분기 35조원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됐다. 금리 상승과 심리 위축에도 매수세가 유지된 데는 ETF·펀드로의 연금 자금 유입이 일부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로 인한 채권시장 수요는 단기물과 간접 경로로 먼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연구원은 "가입자는 장기 현물보다 접근성이 좋은 단기채 ETF, 만기매칭형 ETF, 채권혼합형 상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며 "크레딧 관점에서는 국고채보다 은행채·AA급 회사채·종합채권 ETF를 통한 간접 수요가 먼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직 수급을 좌우할 단계는 아니며, 수요 기반이 형성되는 중간 과정으로 판단한다"고 선을 그었다. 3분기 확인해야 할 점으로는 실적배당형으로의 이동 지속 여부, 평가이익을 제외한 실제 순유입 지속 여부, 기금형 퇴직연금 세부안을 꼽았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은 "연금을 운용하는 데 있어 30%는 안전자산인 채권형 펀드나 채권 혼합형을 사게 되어 있다"며 "그동안 DC나 IRP를 적극적으로 운용하지 않던 개인들이 올해 주가 호황 속에 운용에 나서다 보니 덩달아 채권 수요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DC형이 담는 채권형 또는 혼합형 펀드는 단기 국공채 중심으로 채권시장이 온기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며 "또한 중장기채를 주로 담는 DB에서 DC로의 이동은 오히려 채권 수요가 약화할 수 있는 요인이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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