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에 통행 줄인 파나마운하…美 '안방 경제' 직격탄

입력 2026-08-22 07:32  

엘니뇨에 통행 줄인 파나마운하…美 '안방 경제' 직격탄
세계 물동량의 5% 담당하는 요충지…美 컨테이너 물동량 40% 담당
운하 할증료도 인상…통과 급행 비용은 400만달러까지 치솟아
아시아행 가스운반선, 희망봉 우회…엘니뇨 내년까지 지속돼 물류 위기 고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태평양 수온 상승으로 촉발된 엘니뇨 현상이 극심한 가뭄을 불러오면서 세계 해상 물동량의 5%를 담당하는 핵심 요충지 파나마운하의 운영 차질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항 선박 수가 줄고 물류비가 폭등하면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국의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맞물린 엘니뇨가 급기야 '안방 경제'까지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져 기상 패턴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으로, 약 2∼7년을 주기로 발생하며 1년간 지속된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청은 지속되는 가뭄으로 운하 수위가 낮아짐에 따라 일일 통항 선박 수를 내달 4일부터 34척, 같은 달 15일부터는 32척으로 줄인다.



파나마 운하는 바닷물이 아닌 인공호수의 담수를 이용해 운영된다. 그러나 최근 기온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고 강수량이 평년 대비 34% 급감하면서 수자원이 급격히 고갈했다.
게다가 운하청이 흘수(선박이 물 위에 떠 있을 때 선체가 가라앉는 깊이)도 기존 15.2m(50피트)에서 14.6m(48피트)로 제한하면서 선박들은 화물까지 가득 실을 수 없게 됐다.
선박당 화물 적재량이 줄어들고, 통과 대기가 길어지자 세계 최대 규모 선사 MSC는 수익성 악화를 메우기 위해 내달 12일부터 화주(貨主)들에게 부과하는 '파나마 운하 운송 할증료'를 인상키로 했다. 이 수수료는 한국·중국·일본·동남아시아 등에서 출발해 미국 동부 및 멕시코만 연안으로 향하는 화물에 적용된다.
통과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열이 길어지자 해상 통행권을 둘러싼 경매 전쟁도 격화하고 있다. 최근 한 대형 컨테이너선은 한 달 가까이 갇혀 있는 다른 배들을 제치고 우선 통항권을 얻기 위해 지난 10일 400만 달러(약 55억원)를 낙찰가로 지불했다.



막대한 경매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긴 대기 시간을 견디기 힘든 선박들은 결국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서 가는 장거리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올 8월 아시아로 향하는 가스 운반선의 절반가량이 파나마 운하 대신 희망봉 노선을 선택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높은 비중이다.
미국 휴스턴에서 출발해 일본으로 갈 경우,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면 26일이 걸리지만 희망봉을 우회하면 45일이 소요돼 물류비와 연료비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
파나마 운하의 비정상적 운항이 장기화하면 미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파나마 운하가 미국 물류의 핵심이라는 점에서다. 미국은 파나마 운하의 최대 이용국으로, 운하를 통과하는 전체 물동량의 약 70%가 미국발(發)이거나 미국행(行) 화물이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40%도 파나마 운하를 거친다.



파나마 운하 정체가 심각해지고 수수료까지 비싸지자 운하 통과를 포기하고 아예 미국 서부 항구에 화물을 내린 후 육상 교통을 이용해 동부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이처럼 서부 항구로 컨테이너가 대거 몰리면서 미국 내 대륙횡단 트럭이나 철도 운송비까지 상승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에서 촉발된 물류 차질이 미 육상 물류비용을 자극하는 '나비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원료의약품·전자제품·의류·농산물 등 소비재 전반의 가격 인상도 부채질하고 있다.
물류기업 '폴로4PL'의 아르메낙 샤바지안 대표는 이미 파나마 운하에 미치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육상 수송 수요 증가, 경로 변경, 비용 상승을 겪고 있으며 이를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 수송에서도 철도 수송이 과부하 상태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트럭 수송 능력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이번 엘니뇨가 더욱 강해져 내년 말까지 이어질 확률이 90% 이상이라고 예보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의 지경학적 위기와 엘니뇨 가뭄이 중첩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물가 상승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비영리 정책연구기관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벤저민 게던 연구원은 "세계 각국 경제 주체가 이미 호르무즈 해협 위기로 인한 비용 인상에 적응하려 애쓰는 상황에서 이는(파나마 운하 축소 운영) 글로벌 공급망에 또 다른 심각한 두통거리가 되고 있다"며 "운송비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접근성마저 낮아지면 모든 물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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