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EU 준회원국 가입 추진…대미 불신 속 협력 확대로 대안 모색
중견국 협력 본격화 신호탄 될지 주목…트럼프, 위기감 속 강력 경고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밀착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를 자못 경계하는 분위기다.
미국을 더는 믿을 수 없다는 공감대 하에 캐나다와 EU가 결속하면서 국제사회에 중견국 협력 강화의 분위기가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으로 보인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관세와 교역 중단을 내세워 유럽을 위협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단에 올라 "캐나다와 유럽은 함께 할 때 더 강하다"면서 캐나다가 준회원국으로 EU에 편입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카니 총리는 이 방안이 '맹렬한 폭풍' 속에 국가의 주권과 자유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행보를 맹렬한 폭풍에 빗대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전날 유럽의회 연례 정책연설에서 "캐나다가 EU의 첫 준회원국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문을 열고 싶다"면서 캐나다와의 밀착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지리적으로 북미 대륙에 위치해 유럽 대륙과는 멀리 떨어진 캐나다가 EU 준회원국 카드를 꺼내든 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로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캐나다는 그간 안보와 경제는 물론 사실상 전 분야에서 미국과 최고 수준의 협력을 유지해왔으나 이제는 미국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설사 미국의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예전의 관계로 복귀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데다 미국이 다시 '트럼프식 대외정책'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EU 역시 '때로 동맹이 적보다 나쁘다'는 인식 하에 끊임없이 청구서를 내미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동맹을 통한 안정 및 발언권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물론 EU와 캐나다 모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묶인 '안보 운명공동체'라 미국과 아예 거리를 둘 수는 없다.
다만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가입 논의는 대미 불신에 따라 야기된 공백을 메울 새로운 협력 모색이 구체화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카니 총리가 연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주창한 '중견국 연대'와도 맞닿은 움직임이다.
당시 카니 총리는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들이 더는 현실 순응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며 중견국의 공동 행동을 간곡히 촉구했고 청중이 기립박수를 치는 이례적 광경이 연출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가입 논의가 실질적이기보다는 상징적 의미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관계를 되돌리기 어려운 방식으로 뒤흔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가입 논의가 중견국의 협력 확대를 촉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캐나다가 EU 준회원국이 될 가능성에 대해 "그럴 일은 없다고 본다"고 일축하면서 "그들이 그렇게 하고 내가 그것을 적대적 행위로 간주할 경우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여러 품목에 있어 유럽과의 교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율관세와 교역중단 카드로 유럽을 위협하며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가입을 사실상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가입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준회원국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EU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할지 불분명하고 캐나다에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견국의 협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 8월 필리핀을 찾아 "미국을 배제하기 위해 고안된 중견국 동맹 같은 피상적이고 유행하는 구상에 대한 망상을 버리라고 권고한다"며 강도 높게 경고하기도 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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