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캐나다·호주 채권까지 발행하며 전세계 확산
안정성 우려도…"성장 둔화시 시장에 큰 타격"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세계 채권 시장 구조까지 바꿔놓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전 세계 시장에서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의 채권 발행 규모는 이미 2천억달러(약 272조원)를 훌쩍 넘었으며 향후 몇 년간 신규 발행 규모는 1조달러(약 1천36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은 미국 달러 외 통화로도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올가을 메타는 AI 확장을 위해 처음으로 유럽 채권 시장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아마존은 지난 6월 140억캐나다달러(약 13조4천억원)어치 채권을 팔면서 몇주 앞서 구글의 알파벳이 세운 85억캐나다달러(약 8조2천억원) 기록을 깼다.
알파벳은 지난달 호주에서 역대 최고 수준인 55억호주달러(약 5조3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알파벳은 지난 2월에는 스위스에서도 역대 최고액인 31억스위스프랑(약 5조1천억원)어치 채권을 팔았다. 아마존은 5월에 29억스위스프랑(약 4조7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역대 2위 기록을 갖고 있다.
그렉 피터스 PGIM 자산관리 공동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빅테크 채권 발행이 '모든 곳'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채권의 양이 역대급이다. 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AI 자금 조달 열풍이 각 기업과 국가가 언제, 어디서, 얼마만큼의 비용으로 채권을 발행할지 전 세계가 돈을 빌리는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면서 1960년대 유로본드 시장의 탄생 이후로 최대 변화라는 해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AI 부문에서 막대한 자본 조달이 이뤄지면서 다른 기업들은 이런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을 피해 채권을 발행하거나 장기채 과잉을 피하려고 단기채를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국 국채와도 투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주요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거시경제 측면뿐 아니라 AI 투자 붐과도 관련됐다는 것이다.
마리옹 르 모레덱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채권 CIO는 "(하이퍼스케일러 채권이) 정부 국채들과 경쟁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포트폴리오 매니저로서 예전에는 상관이 없었던 '하이퍼스케일러 30년 채권과 국채 중 어디에 투자할 건가'라는 질문이 이제는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AI 관련 채권 시장이 커지는 만큼 시장 안정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AI가 세계 경제를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막대한 투자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는 만큼 이 부문의 성장 둔화는 금융시장에 엄청난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 채권 발행은 투자 안전 등급 기업이지만, 투기 등급 채권도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브라운 뉴버거버먼 투자등급채권 팀장은 "투자 등급 미만 시장에서 채권이든, 데이터센터든 무슨 일이 터지면 투자 등급 시장도 순조롭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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