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사·주문액 5년래 최저…'고금리 충격' 2022년보다 적었다
지난해 주문액 2조6천억원→올해 9천억원…자금조달 양극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정회인 기자 = 올해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선 신용등급 BBB급 이하 기업 수가 최근 5년 중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우량 채권 시장이 급격히 냉각 중인 가운데 공모 시장을 꾸준히 찾던 '단골' 발행사마저 자취를 감추고 있어 기업 간 자금조달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BBB 이하 신용등급으로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은 10곳(중복 제외)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한진과 SLL중앙, 대신자산신탁, 이랜드월드, JTBC, 중앙일보, 한솔테크닉스[004710], AJ네트웍스[095570], 케이카캐피탈, 동화기업 등이다.
고강도 금리인상이 이뤄지던 2022년보다도 적은 규모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12곳, 2024년에는 15곳, 지난해에는 14곳이 공모채 시장을 찾았다.
수요예측에 들어온 주문액을 보면 위축세는 더욱 뚜렷하다. 같은 기간 BBB급 이하 공모채 수요예측 주문액은 총 9천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6천160억원보다 65.6% 급감했다.
2024년 2조3천730억원, 2022년 1조9천890억원과 비교해도 절반 이하 수준이며, 최근 5년 중 가장 적다.
과거 꾸준히 공모채 시장을 찾았던 BBB급 발행사들이 대거 빠진 점도 눈에 띈다.
두산[000150]과 두산퓨얼셀, HL D&I 한라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올해는 아직 한 차례도 시장을 찾지 않았다.
같은 기간 두산에너빌리티[034020]와 한진칼[180640]도 각각 세 차례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올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2024년과 지난해 연이어 발행했던 CJ CGV도 올해 공모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공모 시장에서 발을 뺀 일부 기업은 사모사채 등 다른 조달 수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두산퓨얼셀[336260]은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HL D&I 한라도 올해 1월 50억원, 3월 300억원, 4월 70억원 등 세 차례 사모사채를 발행해 총 42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공모채 시장을 찾은 기업 14곳 가운데 올해도 수요예측에 나선 곳은 6곳에 그쳤다.
이 가운데 최근 그룹 유동성 우려가 불거지며 외부 자금조달 필요성이 컸던 중앙그룹 계열사를 제외하면 3곳(한진, 이랜드월드, AJ네트웍스)에 그친다.
BBB급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양호한 기업들 역시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진[002320](BBB+)은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이며 향후 A급 신용도 진입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그럼에도 지난달 진행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전체 주문액은 모집액을 웃돌았지만 1년물에서 1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지난 19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이랜드월드도 200억원 모집에 18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쳐 20억원이 미매각됐다.
지난 5월 동화기업[025900]도 4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 BBB급 이하 회사채 수요예측이 급감한 배경에는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와 중앙그룹에서 잇따라 발생한 크레딧 사태가 꼽힌다.
A-등급이던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불과 열흘여 만에 C등급까지 급락한 데 이어 중앙일보와 JTBC 회사채의 유통금리도 치솟으면서 비우량채 전반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채권은 가격과 이자율이 반대로 움직여 금리가 오르면 평가가격이 급격히 떨어진다.
신용평가상 BBB급은 투자적격등급의 가장 아래 구간으로 시장에서는 BBB0 안팎을 사실상 공모채 발행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투기등급인 BB급에 가까워질수록 기관투자자의 투자 제한과 증권사의 인수 부담이 커지게 된다.
다만 그동안에는 연 7% 안팎의 높은 금리가 이런 신용위험을 보완하면서 BBB급 기업도 공모채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투자 수요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개인투자자와 하이일드 투자자를 중심으로 고금리 채권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잇단 크레딧 이벤트로 원금 손실 위험이 부각되면서 이같은 고금리 매력마저 힘을 잃고 있다.
한 증권사 DCM 관계자는 "AA급 이상 우량채에는 여전히 기관 자금이 몰리는 반면 BBB급은 금리를 높여도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신용도가 낮은 기업일수록 사모채나 대출 등 다른 조달 수단에 의존하게 돼 기업간 자금조달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표] 연도별 BBB급 이하 공모채 수요예측 기업 수·참여금액
(단위: 억원, 기간: 각 연도 1월 1일~8월 21일 기준, 기업 수는 중복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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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기업 수 │참여금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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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곳│19,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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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곳│9,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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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5곳│2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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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4곳│2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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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곳│9,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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